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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6 [임문영의 IT 생각]컴퓨터와 믿음
  2. 2008/12/03 [임문영의 IT생각]금융위기와 인터넷 (2)

처음 컴퓨터를 본 사람들은 컴퓨터가 대단히 정확한 기계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확한 기계로서 컴퓨터는 칭송받을만 하다. 인간의 인지능력을 벗어나는 셈법이 가능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컴퓨터로 정확하게 탄도를 계산한다는 전략무기들을 보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또 컴퓨터에 의해 명확하게 소수점 아래까지 딱 맞아 떨어지는 급여명세서에 계산이 잘못되지 않았을까 검산해보려 하진 않는다. 적어도 소수점까지 적혀 나온 숫자가 틀릴리야… 하는 심정이다.

어쨌든 미래 공상과학 영화 등에서 컴퓨터는 가공할 정도의 정확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정확성이라는 숫자는 어느덧 그것이 과학이고 진리인 양 쉽게 둔갑한다. 누군가 사람의 머리카락을 대략 1백만 개쯤이라고 하는 것과 컴퓨터가 계산해보니 21,051,196개라고 했다면, 어느 쪽을 믿겠는가? 우스개로 이야기한 것이라 믿지는 말자. 뒤의 숫자는 내 전화번호다.

0과 1밖에 모르는 이 단순 무지몽매한 기계에 합리성과 공평함, 과학을 보태면서 인간은 스스로 그 컴퓨터에 굴종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가장 적당한 고등학교를 배정해준다. 사람이 배정하면 잡음이 생긴다. 컴퓨터가 행운의 이벤트, 아파트 분양 당첨자를 골라준다. 사람이 선정하면 뒷말이 많아진다. 로또번호도 [자동]으로 컴퓨터가 골라주고, 판사들의 사건배당도 컴퓨터로 직접하진 않겠지만, 컴퓨터식의 무작위 추출로 이뤄진다고 한다. 왜? 사람이 하면 말이 많아지니까.

지식의 바다라고 하는 인터넷에도 [운세]라는 단어의 광고 등록건수는 단어에 따라 매출이 수천만 원 차이난다는 꽃배달 만큼이나 가득 붙어 있다. 이혼상담이나 교통사고 합의 등보다 훨씬 많은 사이트가 링크되어 있다. 그러나, 세계 최첨단의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총동원되었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과 그 이후 영향에 대해서 컴퓨터는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다. 사람들은 핵무기도 만들 수 있는 지식과 고성능 컴퓨터를 갖고도 단 하루 뒤의 미래주가도 제대로 계산해 내질 못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컴퓨터처럼 일하는데 효율적이고 기능적인 사람만을 선호하게 됐다. 아버지는 돈만 많이 벌면 되고, 배우자는 미인이고 부자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효율 좋은 컴퓨터를 찾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나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사람이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이어서가 아니다. 사람만큼 불합리하고, 변덕이 심한 동물도 드물다. 사람에 대한 신뢰는 용서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 인간의 생애를 오로지 자신이 믿는 신앙과 사람에 대한 사랑만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은 무한한 존경을 받을 만한 일이다. 故 김수환 추기경은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다.  IT기술과 컴퓨터가 우리의 생활을 가득 채우고 사는 지금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자료로는 73퍼센트의 다인 가구가 주평균 15시간을 이용), 사람에 대한 믿음을 다시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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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문영

인터넷경제를 제외한 경제분석은 미흡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로 시작되었다는 미국의 경제위기가 세계적 경제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부양과 신용확대 등 각국의 조치가 세계적 협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끔찍한 금융위기를 맞이한 2008년 올해는 DOS가 만들어진 1981년으로부터 약 30년, 인터넷이 널리 이용되기 시작한 1990년으로부터는 약 2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20~30년 동안 컴퓨터의 확산과 인터넷의 연결로 [지구촌]은 거의 동시에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지구두뇌]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정집 안방에서 해외의 주식시장을 들여다보고 투자를 실행할 수 있고, 각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즉시 모니터에 떠오른다. 전세계와 우주를 마우스 클릭만으로 인공위성의 눈으로 둘러볼 수 가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었다면, 첨단 금융공법이라고 하는 각종 파생상품들이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엄청나게 거래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지구상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그렇게 즉각적으로 금융과 경기에 반영될 수 있었을까? 전통적인 경기지표에는 잡히지 않는 재택근무자들, 사회 간접 비용들, 생산수단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최근 해외에 서버를 두고 1조 원대의 도박을 하게 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수천, 수만 가지의 고화질 동영상과 음란물들이 해외 서버를 통해서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규모의 자금들은 국내 어떤 경제적 통계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도박과 음란물 등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은 컨텐츠로 인한 자금의 해외유출은 어느 정도일까? 게임 아이템의 국제적 거래와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의 포인트, 보너스 등 유사화폐도 우리는 규모를 알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금융위기를 단순히 이전의 금융위기들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앨빈 토플러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성이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오늘의 위기는 미국 부동산의 가격 폭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집값만으로 이번 재앙이 이런 지구적인 재앙으로 번지게 되었다고 하기엔 너무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실제로 우리가 보는 세계적 금융위기는 사상 초유의 것이라고 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전통 경제학자와 정책결정권자들의 시각은 여전히 기존 대응방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 안에서는 전세계로 연결되는 사건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컴퓨터는 그냥 그자리에 있는 컴퓨터일 뿐인 것이다. 인터넷경제에 대한 실체가 보이지 않는 점에서, 또는 그 실상을 잘 모른다는 점에서 상당부분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지구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 때문에 2000년을 맞이하면서 Y2K 같은 밀레니엄 버그라는 공포가 지구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다행히 Y2K공포는 과장된 것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지식과 정보가 빛의 속도로 공유되고 축적되는 IT의 특성상, 새로운 위험은 더욱 가공할 만한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

Y2K 공포는 호들갑 떨면서 겁내던 우리가 8년이 더 지난 지금, 더 강력한 네트워크와 고성능으로 수많은 정보가 연결되고 있는 인터넷이 가져올 [위험사회]를 이해하지 못하고 분석하지도 못하고 있다면,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단편적인 것에 불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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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임문영